[아쿠다자] 곁
[아쿠다자] 곁
에유님이 던져주신 연성 소재
『소생은 여기서 더 무엇을 하면 됩니까 / 아무것도 하지 말게』
※ 오다사쿠가 죽은 후에도 포트 마피아에 남아있는 다자이로 날조
다자이는 눈물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을 엿 먹이기 좋아하는 성격에 거짓 웃음을 지어보일지언정, 거짓이든 진심이든 눈에 눈물을 비추지는 않았다. 마땅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려가며 다자이가 감정적으로 격해질 이유 같은 것은 자타공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다자이가 울고 있었다.
당신의 눈에 흐르는 것은 물인가 꽃인가. 아쿠타가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차라리 누군가를 농락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며 고의적으로 흘리는 눈물이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엿 먹이고 싶은 상대가 있구나, 하고. 그러나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자이와 아쿠타가와 외에는. 그리고 다자이는 한낱 자신 따위를 골탕 먹이기 위해 눈물까지 보일 사람은 아니었다.
아쿠타가와는 허리 뒤춤에 깍지를 끼고 고개를 숙였다. 살아생전 처음 보는 이 사람의 눈물은 어쩐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숙연함 마저 감돌았다.
어째서 눈물을 흘리고 있으신 건지. 소생은 감히 여쭤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2년.”
잠긴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것도 울음이 섞인 채로. 아쿠타가와는 팔뚝으로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도대체 어떤 이가 당신에게 그런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겁니까.
“자네가 없어도 시간은 흐르는군.”
“…….”
“그래서 두고 갔나? 내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없어도,’ 라. 객체가 누군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깍지 낀 손은 차갑게 말라갔다. 현재 심장 한 켠에 들린 이것은 무슨 감정일까. 불쾌함? 아니… 좀 더 감정에 달해있고, 여유가 없는 감각이다. 아쿠타가와는 터져 나오려는 기침을 억눌렀다.
처절한 자신의 감정과는 별개로, 다자이의 독백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어찌 자네를 원망하겠는가.”
“…….”
“나는 그저, 단 한 번만이라도…….”
다자이는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덤덤했다. 비록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반쯤 갈라져있었지만, 숨 한 번 헐떡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독백도 끝이었다. 미처 끝맺지 못한 말을 끝으로 다자이의 입술은 닫혀버렸다. 울음 한 번 토해내지 않고.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평생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다물어졌다.
아쿠타가와는 움직일 수 없었다. 다자이의 옆에 서서 뒷짐을 진 자세로 그를 눈에 담는 것 외에 그가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에게 제시할 수 없는 의문만이 들 뿐이었다.
어째서 저를 이곳에 불러 세우신 겁니까.
골목의 공기는 탁했다. 이곳은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에 썩 좋은 장소는 못 되는데. 아쿠타가와는 눈을 굴려 혹시라도 다자이의 울음을 방해하는 자가 있을까봐 경계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다. 다자이는 간부로서의 업무를 보고 있을 것이었고, 아쿠타가와는 아쿠타가와 대로 조직이 원하는 일을 행하고 있었다. 손에 더러운 것은 좀처럼 묻히지 않는 주의였지만 오늘은 어쩐지 손바닥 곳곳에 피가 튀어버려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정말로 다를 것 하나 없는 하루였다. 그 피의 주체가 아쿠타가와 본인이 아니라 상대뿐이었다는 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
흐르는 물에 더러운 것을 씻어 내리고 있을 무렵, 부하 한 명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다자이의 명령을 전했다. 포트 마피아 건물 옆에 위치한 뒷골목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그런 썩어빠진 곳에 어째서 다자이 씨가? 의문이 들었지만 간부가 구르라면 굴러야 하고 까라면 까야하는 법. 굳이 간부가 아니더라도 아쿠타가와가 다자이의 말을 거역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곧바로 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이다.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며 숨소리 하나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다자이를.
이곳에 당신과 저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감히 당신을 달래드릴 수 있는 일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나 주위를 떠다니는 것은 적막함뿐이었다.
“다자이 씨.”
“목소리를 내지 말게.”
“…허나…….”
참지 못한 아쿠타가와가 입을 열었으나 곧바로 막혀버린 것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기 계속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 될 일인지. 다자이가 24시간을 꼬박 서 있으라고 명한다면 당연지사 행할 것이었지만, 다자이는 아쿠타가와를 불러냈을 뿐. 아무런 명령도 언질도 해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확실한 것은 현재 안달이 나는 것은 필시 아쿠타가와 쪽이라는 것.
“소생은 여기서 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입을 열지 말라 명했는데도, 감히.
다자이는 눈을 뜨지도 않고 미동도 없는 채로 속으로만 낮게 웃었다. 물론 아쿠타가와는 전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웃음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아주 조금 멎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아쿠타가와 군.”
“예.”
“아무것도 하지 말게.”
공기가 내려앉았다. 아쿠타가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그저 곁을 지키라는 것.
“알겠습니다.”
아쿠타가와가 짧게 대답했다. 다자이의 옆에 곧게 선 자세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까 전처럼 초조하지 않았다. 다자이가 명령을 내린 이상, 아쿠타가와가 다른 행동을 취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날이 추워지기 전에, 당신의 울음이 멈추기를 갈망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