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자아츠] 후주(酗酒)

 



<오다자(아츠?)로 오다샄 기일마다 술빈속에 엄청 마셔서 만취해서 뻗는 다자이보고싶어요.. 아츠시가 쿠니키다 심부름으로 태재 숙소갔다가 발견햇음 좋겠어요ㅠㅠ>

<오다자아츠?로 오다샄 기일마다 술에 잔뜩취해서 기숙사에 널부러져 잇는 다자이 발견하는 아쮸시보고십어요....>

 

리퀘 박스 신청 감사합니다! ^ ^)/





아츠시는 두 손을 꼼지락 거렸다. 열쇠도 없이 빈손인 아츠시가 굳게 닫힌 문 앞에 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야 다자이 씨를 깨우든 말든 할 텐데. 아무리 다자이라도 무단결근을 이틀이나 해버리는 건 가만 둘 수 없다며 소리를 지르던 쿠니키다를 떠올리자니 몸을 돌려 탐정사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은 말단인 제가 막중한(동시에 귀찮은) 임무를 맡아들고 다자이의 숙소 앞으로 찾아온 것이지만, 그게 끝이었다. 다자이가 직접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열쇠가 없는 아츠시는 문에 귀를 대고 기척을 살피는 것만 하루 종일 반복해야 할 판이었다.

 

혹시 자살한답시고 강에 떠내려가느라 집에 들어오지도 않으신 건 아니겠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하자 아츠시는 고개를 털며 그럴 리가, 하고 중얼거렸다.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니 걱정은 들지 않지만, 다자이의 행방을 알기 전까지는 탐정사로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어디 계세요, 다자이 씨…….”

 

 

아츠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말꼬리를 늘이며 한숨을 내쉬어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여전히 숙소 근처에는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고,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않았다. 사라지기 전에는 언질 좀 하고 사라져 달라구요. 쿠니키다 씨의 심부름이 아니더라도 걱정 되는데, 어째서 다자이 씨는 항상 이렇게. 끝을 마무리 짓지 못한 문장이 입술 안으로 우물대며 차마 튀어 나오지는 못하고 삼켜졌다.

 

그때 끼익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들자 열린 문 너머로 잔뜩 흐트러진 모습의 다자이가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감기지 못하고 풀린 붕대, 입은 게 아니라 걸친 것 마냥 구겨진 옷. 코트는 아예 어깨 밑으로 흘러내려 옷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자이 씨!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을 안 하셔서 다른 곳에 가신 줄 알았어요.”

어라라. 누구?”

 

 

엉망이 된 발음은 다자이가 글자 그대로 술에 절어있음을 알려주었다. 걸어 나오다 말고 힘이 달했는지 문고리에 매달려버린 다자이를 보며 아츠시는 곤란한 마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어제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 오늘도 무단으로 결근하실까봐 쿠니키다 씨가…….”

으응. . 술 다 마셨어. 자네 술 있나?”

, 없어요. 그리고 더 드시면 안 된다구요. 얼마나 드셨으면 몸을 못 가누시는 거예요.”

 

 

, , . 다자이는 아츠시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두 다리는 가게로 가려는 듯 질질 끌어대고 있었다. 그래봤자 몇 걸음도 가지 못하고 밍기적 거릴 뿐이었으니, 다행인 건지 어떤 건지 모를 일이었다. 아츠시는 일단 다자이를 막아서며 쓰러지려는 듯 휘청이는 그의 어깨를 붙들고 문 너머로 그를 쑤셔 넣었다. 혹여 라도 자빠질까 허리를 끌어안자 밀착한 탓인지 술 냄새가 훅 끼쳐왔다. 이대로는 출근할 수 있을 리가 없을뿐더러 오늘 안에 정신을 차리는 게 기적일 노릇이다. 술을 좋아하고 또 자주 마시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모습은 처음 보는데. 신발을 벗고 이미 늘어진 다자이를 질질 끌며 방으로 들어서자 아츠시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쿠니키다 씨에게는 제가 연락할게요. 오늘은 술 깨도록 집에만 계세요.”

안고.”

?”

흰머리라니, 자네에게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군. 염색을 할 거면 좀 더 어울리는 색으로 하지 그랬나.”

 

 

아츠시가 눕혀준 대로 이불 위에 널브러진 채 다자이가 웅얼댔다. 반쯤 감겨서 끔벅이는 눈동자마저도 술에 절은 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안고? 다자이 씨의 친구 분인가? 아츠시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다자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이대로 두고 갔다가는 또 술을 사겠다며 맨발로 기어나갈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안경은 또 어디 갔지?”

 

 

다자이가 손을 뻗어 아츠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평소의 아츠시라면 기겁을 하며 쳐냈겠지만, 어쩐지 절절함이 가득 드리운 다자이의 얼굴을 보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낯설었다. 솜털처럼 물렁하고 가볍기에 궁금했던 사람의 속내가 잔뜩 일그러진 모습으로 코앞까지 끼쳐오는 기분이었다.

 

 

안고. 오다사쿠를 불러 줘.”

…….”

나를 오다사쿠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줘.”

취하셨어요, 다자이 씨.”

취하지 않았다네. , 꿈이라고 말할 거지? 오다사쿠는더 이상 없다고 말할 건가?”

 

 

다자이의 손이 떨어졌다. 아츠시는 다자이의 어깨까지 이불을 덮어주며 곤란하다는 듯 눈만 굴렸다. 다자이가 하는 말은 분명 일본어임에도 무엇 하나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 투성이였다.

 

안고. 오다사쿠. 데려가 줘? 그 사람이 누구이기에? 그토록 가벼워 보여도 실상은 무너져 내리는 일 없던 다자이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은 낯선 만큼 거북했고, 덩달아 괴로운 마음도 퍼져가고 있었다. 눈앞의 다자이는 아츠시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꽤나 아츠시를 괴롭게 만들었다.

 

 

어제는…….”

…….”

자네의 기일인가? 오다사쿠.”

 

 

아츠시가 숨을 잠시 멈췄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다자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태로워 보여서, 아득한 느낌마저 들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거예요. 제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네가 죽은 것 같잖아. 기일이라니.”

…….”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어째서…….”

 

 

다시 아츠시에게로 손을 뻗으려던 다자이가 몸을 옆으로 뒤집더니 쿨럭이기 시작했다. 바르르 떨리는 다자이의 등을 도닥이며 어쩌면 좋을지 머리를 굴리던 아츠시는 그제야 테이블 위를 가득 메운 술병을 알아차렸다. 대충 봐도 일곱, 여덟, 아홉……. 열 몇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일본주 병들은 다자이의 혈관이 혈액이 아닌 알코올로 뒤엎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세워져 있었다.

 

괴로웠다. 쿨럭이는 다자이보다도 먼저 토악질을 해버릴 것만 같았다.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코를 찌르는 술 향기들과 그 속에 희미하게 베여있는 다자이의 체취. 주먹 쥔 손에 힘 하나 주지 못하고 나약하게 웅크린 채 술기운에 절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다자이를 보고 있자니, 심장이 터져버릴 것처럼 불쾌하게 뛰어댔다.

 

오다사쿠, 어디에 있나? 평생 돌아오지 않을 생각인가? 자네는 정말로 죽어버렸나?

 

아츠시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되뇌는 다자이가 너무나도 낯설었다. 발음이 뭉개져 입술 새로 흐르듯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낯설었다. 마치 무너져 내린 사람처럼 바닥에 늘러 붙어있는 다자이를 다자이 씨, 하고 평소처럼 부르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내 자신이 이방인이 아닐까.

 

아츠시는 다자이의 쿨럭임과 중얼거림이 멎어드는 것을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다자이의 방을 빠져나왔다.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현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지러웠다. 문을 열고 다시 닫는 그 순간까지도, 여전히 주향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아츠시는 다자이가 그 방 안에 갇혀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했다. 마치 아츠시가 봐온 다자이가 허상인 것처럼. 실상은 술병 안에 갇혀버린 위태로운 주정꾼인 것처럼.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아츠시는 탐정사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신도 모르게 꾹 눌러 쥔 주먹이 아려왔다. 도망쳐버렸지만, 무서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왜 자꾸. 왜 자꾸 나는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어질하고 위태롭게도 다정하게, 그 사람을 찾는 건가요.

 

아아, 이것은 아마 노여움이다. 다자이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고, 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기 자신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부아. 이미 도망쳐버린 주제에 여전히 거북함을 느끼는 자신은 너무나도 겁쟁이임에 틀림이 없다.

 

나카지마 아츠시는 본인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고개를 돌려 지나쳐 온 다자이의 숙소를 눈에 담는 것만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다자이의 세계에 자신이 발을 들일 곳은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Posted by 에스피/쎄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