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다자] 거짓말
※ 다자른 전력 60분
당신은 거짓에 능했다.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고 속에도 없는 말을 듣기 좋게 늘어놓는 실력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하는 말의 반은 거짓이었고 반은 농담이었으며, 그런 당신이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당신은 그런 사람. 그리 가벼이 혀를 놀리는 사람이었다.
기침이 잦아들었다. 눅눅하지만 싸늘한 뒷골목의 공기는 기분마저 내려앉게 만들었기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머리에 두 발, 가슴에 세 발. 총알이 낸 구멍으로 너덜 해져 피에 절은 채 일말의 미동 없이 눈을 뒤집고 죽어있는, 어제까지만 해도 곁에서 고개를 숙여보이던 부하를 보며 소생은 가만히 서 있을 뿐. 다른 몸짓을 취할 수 없었다.
뒷골목에 고양이가 죽어있던데.
다자이 씨의 말에 그러려니 하고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치우라는 의미로 알아듣고서. …그래. 치우라는 의미는 맞았을 것이다. 허리를 숙여 땅에 떨어진 총알을 주워들었다. 저격에 실패했는지 몸속에 박히지 못하고 바닥을 홀로 구르고 있는 총알은 새벽 공기만큼이나 차가웠다.
-
식사 하셨습니까? 다자이 씨.
불필요한 질문이네.
죄송합니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거면 됐어. 이미 먹었으니.
한 시간 뒤. 다른 부하에게서 당신이 이틀째 굶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
최근 임무를 많이 이탈하십니다.
잔소리라도 할 셈인가?
소생이 어찌.
내가 없어선 안 되는 임무에는 결코 빠지지 않으니 신경 끄게.
…어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보스가 불러서 잠시 방에 다녀왔지.
당신을 찾아오라고 소생에게 명령한 것은 보스였다.
-
당신은 거짓투성이다. 제 아무리 상대를 바닥에 뉘여 놓고 총구를 귓구멍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와도 가벼운 웃음은 당신의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당신은 가볍다. 당신은, 진실 되지 못하다.
언제나 당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소생이 무색하리만치. 당신의 혀는 거짓말만 늘어놓는다.
당신은 그런 사람.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 대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당신의 고개가 돌아왔다. 당신이 소생을 눈에 담는 몇 안 되는 시간이었다. 당신의 곁에 있는 것이야 매일같이 이루어지지만, 당신과 단 둘이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군.”
“언제나 거짓을 고하시지 않습니까.”
“흠.”
당신이 고개를 기울였다. 새카맣게 얽힌 머리칼이 부드럽게 당신의 얼굴을 부분적으로나마 가렸다.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는 분위기는 분명 소생이 숨 쉬듯 원해온 당신 그 자체. 이리 당신을 마주하고 있자면 감격스러워 하기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좋아.”
당신의 목소리는 맑았다. 구름이 끼지 않은 것처럼, 어둠에 물들지 않은 것처럼.
“해주지. 진심을 말해달라는 것 아닌가?”
소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네를 사랑하지 않아.”
“…….”
“그리고 난 자네에게 언제나 진심이라네.”
퍼졌다. 늘상 당신의 입가에 달려있던 미소가. 여느 때처럼 예쁘게 피어올랐다.
소생은 입을 여는 대신 당신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별 다른 조명 없이 달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빛나는 존재임을. 오늘도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꼬인 사람. 너무 꼬여버려서 저 자신조차 풀 엄두를 못 낼 사람.
눈을 내리깔자 어둠으로 뒤덮인 바닥이 싸늘하고 차가워 보였다. 새삼 놀랄 것도 없다. 소생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 점이 미치도록 공허해서, 아름다운 사람.
~너무 추상적이라 덧붙이는 코멘트~ (머쓱)
(진심을 말해달라는 말에 자네를 사랑하지 않는다 + 자네게에는 늘 진심이다 → 이때까지 행해왔던 거짓들과 지금 이야기한 '자네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같은 속성이다 라는 의미)
(거짓말이라는 뜻입니다 진심을 말해달라고 아쿠가 요구한 상황에서 마저도)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제 안에서 구부러지고 얽혀서 겉으로 표출할 때 역시 잔뜩 너덜해진 감정으로 내놓는 다자이가 보고 싶었습니다
제 안의 태재는 베베 꼬인 사람이니까요... 이 대화 역시 타인이 듣기에는 그저 한쪽이 농담 따먹기를 할뿐인 가벼운 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쿠만은 태재의 진위를 알아채 주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ㅠㅡㅠ)9
'문호 스트레이 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쿠다자] 소유에 대한 허락이 떨어질 때 (0) | 2017.09.18 |
---|---|
[모리다자오다] 도피로의 안식 (0) | 2017.09.18 |
[츄다자] 간악한, -. (0) | 2017.09.16 |
[아쿠다자] 무능한 부하를 위한 조력 (0) | 2017.09.16 |
[아쿠다자츄] 만월 하고도 하루 (0) | 2017.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