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다자오다] 도피로의 안식

 

 


리퀘박스

 

<모리다자오다로 보스의 섹스토태재랑 다자이가 유일하게 위로를받는존재 오다사쿠랑 오다자 질투하는 모리요ㅠㅡㅠㅡ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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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몸을 탐하는 취미는 없네. 탱탱해야 안는 맛이 좀 살지.”

 

 

비릿한 목소리에 다자이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분명 오늘은 요란한 정사 없이 평범하게 밤을 넘길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임에도, 수치심을 주기 위해 굴러대는 혀가 얄밉기 그지없었다. 모리는 인상을 찌푸리고 바닥만 노려보는 다자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럼 왜 부르신 겁니까?”

자네가 보고 싶었거든.”

 

 

감기 기운으로 인해 열이 오른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제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포트 마피아 최연소 간부라 할지라도 신열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차가운 손가락이 그를 쓸어내리자 곱게 찌푸려진 인상이 더더욱 험악해졌다. 이러면 못 쓰지. 모리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다자이의 미간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소름 돋게도 다정한 손길이었다.

 

 

마치 부끄러워하는 것 같군. 감기라는 것도 꽤나 좋은데 그래. 자네답지 않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 않나.”

이만 방으로 물러가라는 뜻으로 듣겠습니다.”

하하. , 그리 무서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었네.”

 

 

앞머리를 쓸어 올리자 드러난 이마에 모리의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 아마 아무런 의미도 부여되지 않은, 그저 습관적인 행위일 뿐일 것이다. 입맞춤을 받고 있는 다자이의 기분이 썩어문드러지고 있는 것만 제외한다면 다정한 연인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할 법했다.

 

 

푹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오게나. 기다리지.”

 

 

, 끔찍해라. 다자이는 비틀린 입술이 보이지 않도록 얼굴을 숙였다. 속이 뒤틀릴 것만 같았다. 허나 제 기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밤만큼은 눈물 나도록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었으므로. 그러니 어서 빨리 이 땅 끝까지 추락한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모처럼 얻은 자유의 시간인 만큼 불쾌함이라는 감정 따위에 연연하며 멍청하게 보내는 건 죽어도 싫었다.

 

달이 떴는데도 그를 보러갈 수 있는 건 내가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치 중 하나이니.

 

다자이가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은 밤 되세요, 보스.”

 

 

 






 

좋은 밤 되세요, 보스.

 

 

-라고 말하더니. 좋은 밤이 되라는 건 저 자신이 좋은 밤을 가질 예정이라는 의미였나.

 

모리는 턱을 괸 채 다른 쪽 손으로 느긋하게 책상을 두드렸다. , , . 책상에 손가락이 맞닿을 때마다 가볍게 울리는 자극은 뇌마저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아서. 모리의 미간은 결국 찌푸려지고 말았다.

 

다자이 오사무가 아픈 몸을 이끌고 오다 사쿠노스케를 만나러 다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빨리 회복이나 할 것이지. 부러 감기몸살에 몸져누워 있을 그를 방해하러 가지 않아 주었음에도 그런 제 인내심을 깡그리 무시해주시고 제멋대로 군것이다. 매우 거슬리는 일이었다. 다자이는 모리의 손바닥 위에 예쁘게 올려 진 구슬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그 구슬이 알아서 굴러가버리는 것은 몹시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안 그래도 오다 앞에서만 태도를 달리 하는 다자이였다. 오다의 앞에서 그답지 않게 어둠이 묻지 않은 미소로 정말 행복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웃곤 하는 모습은, 지나가다 우연히 눈에 담겼음에도 뇌리에서 잊혀 지지 않았다. 그 웃음을 본인 앞에서 지어 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다자이가 어떤 속내로 미소를 짓든 그 미소는 극찬할 만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을 것이니. 다만, 거슬리는 것이다. 여러모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모리의 속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귀엽기도 하지. 시체처럼 다 죽어버린 눈을 내리깔고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모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로 밀려난 의자를 깔끔하게 책상으로 집어넣으며 숨을 천천히 들이쉬는 모습은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앙증맞게 자라버린 나의 장난감. 나의, 인형을.

 

애석하게도 모리가 다자이에게 직접 가르쳐주는 것은 몸으로의 대화 밖에 없었다. 그가 다시 한 번 깨닫기를 바라며, 정성스레. 다시 한 번 가르쳐주는 수밖에.

 

모리의 입가가 매끄럽게 호선을 그렸다.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가나?”

 

 

방 안에 기침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다자이는 갑작스레 나타난 모리 덕에 그 자리에 선 채 터져 나오는 기침만을 틀어막았다.

 

오다와의 약속은 8. 지금 나가면 삼십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느긋하게 그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허나 제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제 보스의 태도는 저를 금방 보내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아픈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더니. 굳이 환자의 방에까지 직접 발걸음 한 저의가 무엇인지.

 

다자이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모리의 눈치를 살폈다. 속눈썹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프면 쉬어야하지 않나, 다자이 군.”

약속이 있어서요.”

내가 빨리 나아서 돌아오라고 했을 텐데?”

잠시 만나고 바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그런가. 유감일세.”

?”

자네의 병이 빨리 낫기를 바랐건만.”

 

 

모리가 걸음을 옮겼다. 다자이가 앞에 있음에도 성큼성큼 옮겨가는 발걸음은 다자이를 절로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다자이는 방문 앞에서 침대 옆까지 밀리고 나서야 급하게 억지로 옮겨지던 걸음을 멈추었다. 따라 멈춰선 모리가 가만히 저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띠웠던 미소를 거두었음에도 침대 위로 앉기까지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 좋아. 없는 마음은 만들어주면 되는 법.

 

 

환자는 누워 있어야지.”

 

 

모리가 눈은 싸늘하게 뜬 채 입 꼬리만 올리며 다자이의 어깨를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는 듯 하였으나 직접적으로 반항할 힘은 없는 건지, 순순히 침대에 엉덩이를 붙인 다자이는 고개를 들어 무어라고 말하려는 듯 입술을 열었다.

 

그러나 다자이의 목소리보다 더 빨리 떨어졌다. 열이 오를 때마다 몸을 식히기 위해 탁자 위에 올려둔 냉수가, 다자이의 머리 위로 후두둑. 어깨가 흠칫 굳어들 정도로 차가운 액체는 머리칼을 타고 흘러내리며 다자이의 셔츠를 온통 적셨다. 눈이 절로 동그랗게 뜨이며 사정없이 떨려도 이상하지 않을 차가움이었다. 다자이의 입술 사이로 헉 소리가 절로 들이켜졌다.

 

모리는 모리대로 기분이 바닥까지 내려찍고 있었다. 오늘은 봐 달라는 듯 굴어대는 모습이 몹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난감은 제 발로 일어나 안식처를 향해 걸어갈 필요가 없다. 그런 꼬락서니를 내버려둘 바에야 차라리 다리를 하나 분질러버리고 말지. 보기만 해도 싸늘한 냉수가 다자이의 온몸을 매끄럽게 적셔버리는 것을 보며, 모리는 허리를 숙여 다자이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약속에 늦으면 안 되니, 옷은 입고 있게 해 주겠네.”

…….”

그를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굴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조심스러움 없이 다리를 잡아 끈 손이 거칠게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침대 뒤로 몸이 뉘어지며, 다자이는 억지로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반항은, 없다.

 

 






 

 

턱이 덜덜 떨렸다. 어깨에 두른 코트를 잡은 손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주먹을 움켜쥐고 있음에도 자꾸만 힘이 풀렸다. 이제는 물기가 다 말라버렸지만 싸늘함은 여전히 품고 있는 셔츠는 다자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건조하게 바스락 거렸다.

 

눈이 절로 감기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다자이는 옮기던 걸음을 오히려 더 빨리 했다. 오랜만에 정통으로 맞은 지독한 감기에, 차가운 냉수에 절은 채 행한 원치 않은 행위. 배려심이라고는 없던 손길이야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그 정도가 심했어서, 다자이는 피로감 뿐 아니라 아득함 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늦을 수는 없었다. 약속 시간으로부터 4시간. 이미 상대가 욕을 내뱉으며 떠나고도 남았을 시간임에도 다자이는 걸음을 늦출 수 없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이 순간 자체가 내게는 구원이니까.

 

한 걸음, 한 걸음. 망령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온몸의 그 어디에도 힘이 들어가는 곳은 없었다. 잔뜩 늘어진 다리를 질질 끌며 약속 장소에 겨우 도착했을 때, 다자이는 인적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더 이상은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을 만큼 이미 지쳐 망가져버린 몸이었기에, 그저.

 

 

다자이?”

 

 

다자이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하기 직전에 팔뚝 하나가 듬직하게 그를 안아 올렸다. 걱정스러운 표정마저 무심하게 드러난 얼굴로 저를 살피는 얼굴은 눈물 나게도 보고 싶던 그였다. 다자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다 사쿠노스케. 나만큼이나 멍청한 사람. 지금이 도대체 몇 시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다자이는 곧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처럼 낯선 따스함이 순식간에 심장을 데워주었다.

 

 

안색이 좋지 않다, 다자이.”

늦어서 미안하네.”

아프면 나오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다자이가 편히 기댈 수 있도록 고쳐 안으며 오다는 묵묵히 말을 이었다. 저음으로 울리는 목소리가, 눈을 뜨지 않아도 그가 자신의 앞에 서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다자이는 눈을 슬며시 떠 오다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됐어. 어차피 자네를 만나지 못한다면 푹 쉬어도 의미가 없을 테니.”

그렇군.”

. 오다사쿠, 안아주게.”

몸이 차갑다. 얇게 입은 게 아닌가?”

이제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야. 감기가 더 독해져버렸군.”

 

 

오다는 대답 대신 다자이를 품에 단단히 안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한 다자이의 육체와 상반되게도 따스한 오다의 체온이 온몸을 감싸자, 다자이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자네는 정말 따뜻하군.”

그런가.”

자네 품에 있으면 감기도 다 나아버릴 것 같아.”

다행이군.”

 

 

오다의 손이 천천히 다자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정하다. 똑같은 다정함인데도, 이렇게나.

 

 

그렇다면 조금 더 안겨 있어라.”

 

 

다자이는 눈을 감았다. 힘이 다 풀린 손으로 겨우 잡은 오다의 옷깃을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꼭 잡은 채.

 

, 나의 안식처. 하나뿐인 극락. 오늘 겪어온 모든 일들이 눈 녹듯이 머리에서 녹아내려 사라져버리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죽어도 좋아.

 

 

이대로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Posted by 에스피/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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